구글서 애플로 모셔온 억대 연봉자 "사무실 출근? 퇴사할게요"

입력 2022-05-10 13:28   수정 2022-05-10 13:54

사무실 복귀를 선언한 미국 기업과 재택근무를 희망하는 직원 사이에서 최근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인재를 붙잡으려 정신건강을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기업들도 나타났다.
사무실 복귀? "차라리 퇴사할게"
9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애플의 인공지능(AI) 머신러닝의 총책임자였던 이안 굿펠로우 선임연구원(사진)이 최근 애플을 떠났다. 굿펠로우는 구글에서 6년간 근무하다 2019년 애플로 이직했다.

그가 이직한 지 3년 만에 애플을 떠난 이유는 사무실 복귀 때문이었다. 애플은 지난달 11일부터 재택근무를 해제하고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공언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게 했다. 오는 23일부터는 일주일에 3회 이상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게 할 방침이었다.

굿펠로우는 퇴사 직전 애플 직원들에게 “유연성을 더 키워주는 게 개발팀을 위한 최선”이라고 밝혔다. 애플 직원들은 익명게시판을 통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굿펠로우가 떠난 이유 중 회사 복귀 정책이 가장 컸다”고 했다.

애플은 2019년 구글의 AI연구에서 핵심 인력이었던 굿펠로우를 빼내왔다. 굿펠로우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석사를 마친 뒤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에서 AI 대가인 요슈아 벤지오 교수 아래서 박사학위를 땄다. 2014년 굿펠로우는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을 발표하며 주목받았다. AI에 진짜 정보와 가짜 정보를 제공한 뒤 이 둘을 경쟁시키며 끊임없이 스스로 학습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한 것. 이를 통해 AI가 스스로 딥페이크를 포착하고, 또 가상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게 됐다.

외부 수혈이 적었던 애플엔 이례적인 영입이었다. 애플은 연구내용을 내부에서만 공유하는 폐쇄적인 문화가 팽배했다. 구글, 메타 등 외부 연구인력을 들이는 걸 꺼렸다. AI 개발 경쟁에서 밀리게 되자 강수를 둔 것. 하지만 사무실 복귀 정책으로 인해 애써 영입한 인재를 놓쳤다.
물가 치솟고 육아 시간 뺏겨 사무실 복귀 반대
굿펠로우를 비롯해 미국 곳곳에서 사무실 복귀 정책(RTO·Return To Office)을 두고 몸살을 앓고 있다. 긴 통근 시간과 육아, 코로나19 재감염 우려 등으로 인해 직원들이 회사에 돌아오는 걸 꺼려서다.

9일 포천지는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NROC)가 공동 조사한 결과를 인용해 지난달 미국 내 사무직 직원 중 41%가 사무실 복귀 후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조사에 따르면 자녀를 보살펴야 하는 직원들은 일과 삶의 균형이 붕괴하기 시작했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사무실에서 가정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직원들도 다수였다.

인플레이션도 사무실로 복귀하는 직원들에게 부담이 됐다. 2년 전에 비해 교통비, 커피, 외식 비용이 급증해서다. 최근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981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올랐다.

물가 상승에 비해 임금 인상 속도는 턱없이 느리다는 불만도 나온다. 지난해 미국의 평균 임금인상률은 5%대였다. 물가와 임금 상승률이 비례하지 않는 것. 미국 노동자들이 재택근무를 철회하는 기업들에 임금인상 압박을 가하는 이유 중 하나다. 미국의 노사컨설팅 업체인 맨파워그룹은 “올해 미국 근로자들이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요청한 상담 건수가 지난해보다 다섯 배나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인재를 놓칠세라 기업들은 복지정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투자자문사 뱅가드는 직원들을 위한 정신건강 돌봄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명상 앱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원격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물가 상승을 감안해 복지 바우처를 확장한 회사도 늘었다. 사무실로 복귀한 직원들에게 주유 쿠폰, 무료 점심 서비스, 무료 카풀 서비스 등을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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